아무것도 없어 보일 때 마음을 채우는 방법
퇴사의 고요 속에서 마주하는 낯선 감정
퇴사 후, 마음 한편에 이상한 감정이 찾아온다.
처음 며칠은 자유롭고 가볍다.
시계에 얽매이지 않고, 해야 할 일도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은은한 위안을 준다.
하지만 그 조용한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며칠이 지나면 문득,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감각이 엄습한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루 종일 한 말이 별로 없네.”
“누가 나를 기다려주는 것도 없고, 연락도 없다.”
그 감정은 정확히 말하면 ‘불안’도 ‘우울’도 아니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묘하게 흐릿한 감정 허무함이다.
이 글은 그 허무함의 정체를 천천히 들여다보며
당신의 하루를 다시 채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모든 루틴이 사라졌을 때, 감정도 방향을 잃는다
우리가 직장에 있을 때는 매일이 정해진 루틴 속에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메일을 확인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마감에 쫓기고, 퇴근을 한다.
이처럼 시간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그 구조 속에 '내 자리'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퇴사 후에는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사라진다.
출근도 없고, 할당된 업무도 없고, 누구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 공백은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킨다.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건
자유로울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내가 의미 있는 존재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감정은 방향을 잃고, 생각은 흩어지고, 일상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을 통해 나를 정의해 왔다는 사실의 발견
퇴사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진실이 있다.
나는 그동안 ‘일’을 통해 나 자신을 설명하고 있었다는 것.
회의에서 무언가를 제안하고
성과를 내며 팀의 중심에 있었던
그 역할이 사라지니, 나는 누구인지 막막해진다.
회사에 있을 땐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퇴사 후 몇 주가 지나면
“일이 없어진 지금, 나라는 사람도 희미해졌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것이 허무함의 또 다른 얼굴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이, ‘일’을 통해 존재감을 느끼고 있었다.
감정을 흘려보낼 통로가 사라졌을 때
회사에서의 하루는 크고 작은 감정의 흐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불만, 피로, 성취감, 스트레스, 기대, 긴장감
이 모든 감정은 동료와의 대화, 이메일, 회의, 퇴근길 속에서 분산되곤 했다.
하지만 퇴사 후에는,
그 감정을 흘려보낼 대상이 사라진다.
누구와 감정을 나눌 필요도, 말다툼을 할 일도, 칭찬을 받을 일도 없다.
결국 그 감정들은 고스란히 내 안에 쌓인다.
그리고 그것은 ‘허무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나타난다.
외롭고 무의미하고, 정체된 듯한 느낌.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상태가 아니다.
지금은 감정을 외부로 분산시키는 훈련을 잠시 멈춘 시간일 뿐이다.
내 감정이 고요하게 쌓이고 있는 시간. 그것도 필요한 과정이다.
허무함을 흘려보내기 위한 작고 단단한 루틴들
허무함을 없애기 위한 정답은 없다.
다만, 그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말고
그 위에 ‘작은 루틴’을 쌓아보자.
- 아침에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끼기
-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일기를 쓰기
- 하루 한 장씩 책을 소리 내어 읽기
- 산책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 전날 느꼈던 감정에 한 줄로 이름 붙여보기
이런 일들은 거창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소한 루틴이 당신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가 되어준다.
허무함을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나를 위한 의미를 덧칠해 나가는 것이다.
감정을 언어로 바꿀 때 마음은 가벼워진다
감정은 언어화되지 않으면, 뭉치고 굳는다.
허무함도 마찬가지다.
마치 안개처럼 막연한 상태로 남겨두면,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이럴 때 ‘기록’이 필요하다.
이렇게 물어보며 써보자.
- 오늘 어떤 순간이 유독 허전했나
-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면 어떤 단어일까
- 이 감정은 어디서 시작됐나
-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인가
글을 쓴다는 건 감정에 ‘모양’을 입히는 일이다.
그렇게 쓴 글은 마음속 허무함을 조금씩 흐트러뜨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허무함은 채움 이전의 여백이다
퇴사 후 허무함은 실패의 징후가 아니다.
그건 오히려 삶을 다시 설계하기 위한 공간이 생겼다는 신호다.
마음이 비어 있기에, 우리는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
그 빈 공간을 성급히 채우려 하지 말고
천천히 나를 위한 루틴을 하나씩 쌓아보자.
그 루틴이 쌓이면, 어느 순간 허무함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비워졌기 때문에 새로 채울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나는 지금 허무함이라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조금씩 나를 회복해가는 중이다.”
'퇴사 그리고 자기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퇴사 후 불안할 때, 무너지지 않기 위한 마음관리 루틴 7가지 (0) | 2025.07.17 |
---|---|
퇴사 후 허전함 다루기, 아무것도 없어 보일 때, 마음을 채우는 방법 (0) | 2025.07.16 |
퇴사 후 비교에 빠질 때 - 타인의 속도에 흔들리지 않는 법 (0) | 2025.07.15 |
퇴사 후 감정기록 습관 만들기 (0) | 2025.07.13 |
퇴사 후 외로움을 다루는 법 - 고립이 아닌 '혼자있음' (0) | 2025.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