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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그리고 자기관리

다 괜찮아진 것 같은데도 불안할 때

by morina-ri 202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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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이후에도 흔들리는 나를 위한 말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라는 감정이 찾아올 때

퇴사를 하고 시간이 지나면
처음엔 분명한 감정이 있었다.

지쳤고, 무기력했고,
당분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쉬는 것에 집중했고,
잠을 더 자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조용히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좀 괜찮아진 것 같아.”
“루틴도 만들고, 감정도 안정되고, 나아지고 있어.”

 

하지만 그 안정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생각보다 빨리,
또다시 불안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 멍하니 있으면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고
  • 다시 어디론가 뛰어들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이 생긴다

이럴 때 우리는 자주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한다.

 

“왜 나는 또 흔들릴까?”
“이제는 괜찮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불안해지는 건 내가 잘못 가고 있다는 증거일까?”

 

하지만 아니야.
그건 당신이 ‘망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다시 단단해지고 있는 과정 중에 잠시 멈춰 선 순간’ 일뿐이야.

 

 

회복 이후에도 불안이 다시 찾아오는 이유

회복은 한 번에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한다.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딱 완성되는 순간”이 있을 거라고.
하지만 회복은 절대 일직선이 아니다.

 

  • 어느 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고
  • 다음 날은 아무 이유 없이 가라앉고
  • 어떤 날은 다시 의욕이 넘치고
  • 또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이불속에만 있고 싶다

 

이런 감정의 흐름은 회복이 실패한 게 아니라,
회복이라는 것이 원래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회복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여정이다.

 

‘공백기 다음의 공백기’가 온다

처음 퇴사했을 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있었다.
쉬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고,
충분히 그 목적을 잘 수행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제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슬그머니 따라온다.
그리고 그 질문은 또 다른 불안을 만든다.

쉬는 이유는 사라졌는데
시작할 이유는 아직 없다면?
이 공백기를 어떻게 채워야 하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건
회복 이후에도 또 다른 공백기가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그 공백은 처음보다 더 고요하고,
그래서 더 무섭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제는 괜찮아야 한다”는 자기 검열이 시작된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엄격해진다.

“이만큼 쉬었으면 이젠 다시 뭔가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된 거 아닐까?”
“이렇게 계속 쉬는 건 게으른 거 아닐까?”

 

이런 자기 검열은 회복을 멈추게 만든다.


겉으로는 안정된 것 같지만
내면은 여전히 유약하고, 불완전한 채로 다시 무언가에 내던져진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자기비판이 아니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불안이 다시 올라올 때, 나에게 해줄 수 있는 5가지 말

1. “지금 흔들리는 건, 당신이 더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예민함’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감정의 신호에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 감각이다.

예전에는 지쳐도 몰랐고,
무기력해도 그냥 참고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감정의 어긋남도 인식할 수 있고,
어떤 대화, 어떤 풍경, 어떤 음악이 나를 흔드는지를 스스로 알아챌 수 있다.

그건 약해진 게 아니라,
섬세해진 것이다.

지금의 불안은
더 단단해지기 위한 감정적 민감성의 회복 신호일 수 있다.

 

2. “불안은 방향을 잃은 상태지, 실패가 아니다”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감정.
그건 정말 두렵다.
하지만 그건 절대로 실패의 증거가 아니다.

불안은 대개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해서
혹은 너무 많은 선택지 속에서
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에 찾아온다

 

불안은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증거’다.
단지 아직 그곳을 정하지 않았을 뿐.

 

그러니 불안에 조급해하지 말고,
방향을 찾기 위한 시간을 더 주자.

 

 

3. “지금 필요한 건, 다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감각을 되살리는 루틴이다”

불안을 해결하려고
무작정 뭔가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 “전자책을 써야지”
  • “블로그 매일 써야지”
  • “유튜브 해볼까?”
  • “다시 지원서 넣어야겠다”

하지만 이건 ‘감정의 해결’이 아니라 ‘감정의 회피’ 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조용한 루틴 속에서 감각을 되살리는 것.

 

작고 사적인 루틴들이
불안한 감정을 안정시킨다.

  • 하루 한 잔의 따뜻한 차
  • 글 한 줄이라도 써보는 습관
  • 몸을 움직이며 마음을 느끼는 스트레칭
  • 나의 마음을 종이에 적어보는 시간

작지만 꾸준한 루틴이
가장 깊은 불안을 이겨낸다.

 

 

4. “나만 느리다고 느껴도, 모두는 각자의 시차로 살아간다”

SNS를 켜면
누군가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누군가는 전자책으로 수익을 냈고,
또 누군가는 이미 온라인 클래스까지 만들었다.

그때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은

“나는 지금 너무 뒤처진 것 같아.”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는 남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나의 무편집 원본을 비교하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같은 속도로 살아가지 않는다.


지금 나의 느림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울 수 있는 ‘정돈된 시간’ 일 수 있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방향이 있다면 늦어도 괜찮다.

 

 

5.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다루는 법은 익숙해진다”

불안은 없애야 하는 게 아니다.
불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전의 나는
불안이 오면 당황했고, 움츠러들었고,
어디론가 숨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불안 앞에 앉을 줄 안다.

  • 글로 써보고
  • 대화로 풀고
  • 루틴으로 가라앉히고
  • 가끔은 그 불안을 껴안기도 한다

불안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회복 이후의 불안은 ‘새로운 내가 만들어지는 중’이라는 증거

우리는 늘
회복의 끝에 평온이 찾아올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진짜 회복은
불안한 날에도 내 리듬을 지키고,
흔들릴 때도 나를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이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불안은
회복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회복 이후의 나로 다시 태어나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주자.

“불안해도 괜찮아.
나는 오늘도 나를 놓치지 않고 살아가고 있어.”
“이 길은 느리지만, 나는 나답게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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